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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욕망의 쳇바퀴 그 어딘가에서...

by 칼쳐맨 2025. 3. 12.

 

한국 사회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 지 오래다. 때로는 과시의 도구로, 때로는 신분 상승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성공'이라는 단어는 번듯한 집과 함께 '어떤 차를 타느냐'로 수렴되는 듯하다. 과거의 나 역시 그 쳇바퀴 안에서 숨 가쁘게 페달을 밟았다. 형편보다 무리해서라도 더 크고, 더 비싼 차를 갈망했다. 남들의 시선 속에서 나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었던,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고 싶었던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머 5시리즈에 꽂혀 한참을 애간장태우고 소유하고 나서야 비로소 욕망의 쳇바퀴에서 한 발자국 멀어 질 수 있었다.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릴수록 마음은 점점 더 고요해졌다. 더 이상 다른 차를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마치 오랜 갈증 끝에 시원한 물 한 잔을 들이켠 것처럼, 채워지지 않던 욕망의 빈자리가 채워진 느낌이었다.

 

물론, 여전히 한국 사회는 겉모습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돈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세대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가장 손쉬운 수단일 것이다. 하지만 이젠 안다. 겉모습은 결코 진정한 자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남들의 시선에 갇혀 자신의 가치를 재단하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비머 이후 구입한 경차 모닝은 나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다. 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작은 주차 공간에도 쏙 들어가는 모닝은 실용성의 극치였다. 비싼 차를 탄다고 해서 삶의 만족도가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모닝은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나는 자동차를 '이동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아름다운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의 자동차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예전처럼 소유욕에 불타오르지는 않는다. 대신, 그 차를 만든 사람들의 열정과 기술력에 경의를 표한다.

가끔 지인들이 새로 뽑은 차를 자랑할 때면, 속으로 미묘한 감정이 싹트는 것을 느낀다. 부러움보다는, 그들이 느끼는 행복에 대한 공감과 함께, 그 이면에 숨겨진 불안함과 허영심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는 조용히 속삭인다. '괜찮아, 너도 언젠가는 이 쳇바퀴에서 내려올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욕망의 쳇바퀴를 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 쳇바퀴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쳇바퀴에서 내려와, 진정한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비머와 모닝, 두 대의 자동차를 통해 그 소중한 진실을 배웠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남들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삶의 여정을 즐기려 한다.